원고를 완성하고 나서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처음 연락한 한빛아카데미에 연락을 한 것이 7월 27일이었네요. 이 과정은 원고를 쓰는 동안에는 전혀 자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 시장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서점에서 일반 독자에게 팔리는 단행본, 그리고 대학 강의에서 채택되는 교재. 출판사들도 대개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원고와 기획서를 보내려면 먼저 이 책이 어느 쪽인지부터 답해야 했습니다.
이 책은 그 경계에 서 있습니다. 대학 강의에서 태어났으니 교재의 피가 흐르지만, 모든 수식을 유도하고 손으로 계산해 보는 방식은 강의 진도보다 독학하는 독자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가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단행본 출판사와 교재 출판사 양쪽 모두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 달의 결과
결과는 모두 반려였습니다. 이유는 놀랄 만큼 일관됐습니다 — 시장에서 이 책의 포지션이 애매하다, 그리고 시장성이 부족하다. 회신 자체가 오지 않은 곳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렇게 원고를 보내고 반려를 받는 과정을 반복하며 8월 한 달을 꼬박 보냈습니다. 원고가 부족한가 싶어서 8월 초에는 계속 수정을 했지만, 무얼 더하거나 뺀다고 이 책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강점이라 여긴 “경계의 자리”가, 출판사에게는 어느 서가에 꽂아야 할지 모르는 책이었던 셈입니다. 출판이라는 것이 좋은 원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수요에 맞는 전략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이 한 달 동안 배웠습니다. 출판 기획 단계에서 이를 알았더라면 좋았으련만, 저는 이미 기획서와 함께 완성된 원고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정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출판사에 같은 기획서를 또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멈춰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답은 분명했습니다. 여섯 학기 동안 다듬어 온 이 강의자료를 잘 갈무리해서, 필요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길 바래서 였습니다. 인세나 수익에 큰 뜻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출판사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보다, 독자에게 직접 닿는 길을 택하는 게 맞았습니다. 전자책 자가출판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절판이 없고, 고치고 더할 수 있고, 닿는 범위에 한계가 없다는 확장성도 전자책 쪽이 좋았고요.
그렇다고 차마 처음부터 무료로 푸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POD 종이책을 팔고 전자책은 무료로 여는 조합도 마지막까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일단은 유료로 전자책을 판매하기로 했지만, 이 고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출판이 준비되는 대로 이 블로그에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